알폰스 무하(Alphonse Mucha)는 1860년 체코의 모라비아 지방 이반치체에서 태어났다. 체코의 브르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극장의 장식화가로 일하며 야간에는 드로잉 수업을 받았다. 1885년 부유한 귀족의 후원으로 뮌헨 아카데미에서 종교 벽화와 역사화를 공부했다. 1887년에 파리로 이주하여 쥘리앙 아카데미와 콜라로시 아카데미에서 공부를 계속하며 잡지와 책에 삽화 그리는 일과 광고 포스터를 디자인했다.
무하는 1894년 당대 최고의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Sarah Bernhardt) 주연의 연극 ‘지스몬다’의 포스터를 제작하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무명에 불과했던 무하는 이 포스터의 성공으로 베르나르와 6년간 전속 계약을 맺고 그녀가 공연하는 연극의 포스터뿐만 아니라 극장의 무대장치와 의상까지 담당하게 되었다. 또한 그녀의 전속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달력, 일러스트, 상품 광고 등 폭넓은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며 대중예술가로 이름을 날렸다.
무하를 성공으로 이끈 첫 작품 《지스몬다》는 약 2미터 높이의 폭이 좁고 세로로 긴 판형으로 화려한 디자인과 장식 문자, 풍요로운 색감은 당시의 시대 상황을 반영하고 근대 포스터의 개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되었다. 특히 ‘벨 에포크’의 뮤즈인 여배우에 대한 아름답고 성스러운 표현은 아르 누보의 정수로 평가받았다. 그의 작품 속 여인들은 아르 누보 양식에서는 이례적으로 요부가 아닌 부드럽고 우아하며 이상화된 여성으로 그려졌으며, 긴 머리카락과 늘어뜨린 옷 주름, 그리고 화려한 꽃과 식물의 덩굴 속에 둘러싸여 신비감을 더했다.
무하는 1898년경 보석세공사인 조르주 푸케(Georges Fouquet)와 공동으로 보석 장신구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이들 작품을 선보여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푸케는 루아얄가(街)에 위치한 자신의 보석상점 건물의 전면과 실내장식을 무하에게 의뢰했고, 이렇게 탄생한 푸케 상점은 아르 누보를 대표하는 건물이 되었다. 그러나 1923년 푸케가 상점 전체를 개장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내부 장식이 모두 해체되고, 작품의 일부는 파리의 카르나발레 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무하는 1906년 마리 히킬로바(Marie Chytilová)와 프라하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미국으로 이주해 뉴욕 등지에서 강의를 하며 틈틈이 전시회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부유한 사업가 찰스 크레인(Charles R. Crane)을 만났고, 그의 지원으로 1910년 가족과 함께 조국 체코에 정착하게 되었다. 이후 무하는 체코의 역사와 민족애를 담은 20개의 연작 《슬라브 서사시》를 그리며 말년을 보냈다. 그는 1928년 이 연작을 완성해 프라하 시에 기증했다. 무하는 1938년 폐렴에 걸려 이듬해인 1939년 7월 14일 프라하에서 숨을 거뒀다.
낭만적인 꿈의 세계를 창조한 무하는 이류에 머물러 있던 실용미술을 순수미술의 단계로 끌어올린 예술가 중 한 사람이다. 대량으로 인쇄된 그의 그래픽 작품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예술을 일상생활 속으로 끌어들이는 데 일찍이 기여했으며, 그의 포스터와 장식 작품은 회화와 다름없는 예술성을 추구함으로써 근대미술의 새로운 영역의 등장과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그의 작품은 1980년 파리 그랑팔레의 대규모 회고전을 통해 전시되었으며, 그를 기념하는 박물관이 프라하에 건립되었다.
주요 작품에는 《지스몬다 Gismonda》(1894), 《살롱 데 성 Salon des Cents》(1896), 《F. 샹프누아 F. Champenois Imprimeur-Éditeur》(1897), 《예술: 춤 The Arts: Dance》(1898), 《스토머커 Stomacher》(1900), 《황야의 여인 Woman in the Wilderness》(1923), 《슬라브 서사시 The Slav Epic》(1910~1928) 등이 있다.

출처/두산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