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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묵이 있으면서도 묵이 없는 세계. 표현된 것이면서도 동시에 표현이 없는 세계이다. 누구나 그의 작품앞에 서 면 더없이 가라앉는 정적감을 맛보게 될 것이다. 명상의 세계로 이끌리는 체험을 갖게 될 것이다. 70년대의 정탁영의 작품들은 웅대한 묵흔이 만들어내는 스케일이 큰 구성이었다. 그러나 80년대의 작품들에선 훨씬 서정적인 기운이 감도는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80년대의 작품들은 꼬라쥬와 데꼬라쥬에 의한 화면의 톤의 조성이 표현의 요체였다. 화면위에 일정하게 토막난 종이들이 얹혀진 자리에는 먹이 완전히 스며들지 않고 일정한 흰 반점이 생겨난다. 이를 여러차례 반복함으로써 화면에 다양한 생성의 변화를 포착해간다. 고르게 스며든 엷은 먹은 화면 전체에 은은한 여운을 남기는 데 이 속에 명멸하는 불규칙한 흰 반점들은 잔잔한 내면구성의 요체가 된다. 단순한 먹의 번짐에 지지되었던 70년대까지의 화면의 표정은 작은 종이 파편이 만드는 변화에 의해 놀라운 생성의 마당으로 치환되어지고 있다. 마치 하늘에서 흩날려오는 삐라 같기도 하고 갑자기 떼지어 날아오르는 흰 비둘기 같기도 하다. 또는 숲속에서 나뭇잎 사이로 비추이는 햇살같기도 하다. 반가움과 설레임이 교차하는 공간의 전개다. 때때로 흰 반점에 가해지는 은은한 설채는 화면을 더욱 화사한 기운의 마당으로 바꾸어 놓기도 한다. 먹이 갖는 미묘한 톤의 변화도 내면적 구성을 풍부하게 하는 인자다. 80년대 후반 <잊혀진 것들>의 시리즈에선 이전까지의 다소 장식적이었던 구성적 인자들이 걸러지고 훨씬 대범한 표현으로 진전되고 있다. 단숨에 처리한 호흡이 큰 구성이 지배되면서 부분적으로 흰 반점의 미묘한 변화가 곁드린다. 더욱 조용하게 가라앉은 화면은 어떤 것을 표현한다든가 기도한다는 의도가 전혀없이 그야말로 무심코 휘저은 듯한 무심의 경지를 드러내 놓는다.